몇 년 전만 해도 ‘퇴직하면 치킨집, 편의점, 카페 차린다’고 말할 정도로

편의점 창업은 쉽고 안정적인 선택지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얘기가 다릅니다.

포화된 시장과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편의점 업계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특화매장'입니다.

라면, K팝, 스포츠, 뷰티…

이제는 단순히 '편리하게 필요한 것을 해결하는 공간'을 넘어

소비자의 취향을 정조준하는 매장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가 실제로 고객들의 행동 패턴을 바꿨을까요?

오늘은 로플랫의 오프라인 데이터를 통해 그 변화를 살펴보겠습니다.

• 시장포화와 폐점 증가

국내 편의점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도달했습니다. 5만 개가 넘는 점포가 경쟁하는 상황 속에서 최근 몇 년간은 오히려 일부 점포가 문을 닫으며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4년 기준으로 신규 출점보다 폐점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 수익성 압박과 경쟁 환경 변화

과거에는 점포 수를 늘리는 것이 곧 시장 점유율 확대와 매출 성장을 의미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출점 경쟁이 과열되며 동일 상권 내 점포끼리 고객을 뺏고 뺏기는 '카니발리제이션(자기잠식)' 현상이 심화됐고, 고물가·인건비 상승, 경쟁채널(다이소 등)의 성장 등 외부 환경 악화까지 겹치며 점포당 수익성이 떨어졌습니다.

• 출점보다는 내실 강화 전략으로

이런 흐름 속에서 편의점 업계는 생존을 위한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신규 출점 대신 기존 매장을 리뉴얼하거나 특화 콘셉트를 적용해 소비자가 '일부러' 찾아오게 만드는 전략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공격적인 신규 출점 대신, 특화매장·PB 강화·매장 리모델링 등을 통해, 브랜드는 ‘일부러 찾아가는’ 매장으로 거듭나고자 노력 중입니다.

이렇게, 편의점은 포화와 수익성 한계라는 현실을 인식하고 '경험·콘셉트 중심 매장'으로 전략 축을 전환하고 있습니다.

각 편의점 브랜드는 포화된 오프라인 시장 속에서 틈새 경험과 소비자 취향을 겨냥한 특화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요. 브랜드별로 어떤 전략을 펼치고 있는지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특화매장 전략이 실제로 소비자의 행동에 어떤 변화를 만들었을까요? 로플랫의 오프라인 데이터로 그 흐름을 살펴봤습니다.

(※아래 분석은 일부 매장을 중심으로 진행됐으며, 전체 편의점 매장에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 GS25 잠실타워점 – 리뉴얼로 넓어진 방문 커버리지

LG트윈스 팬덤을 겨냥해 리뉴얼한 잠실타워점은 매장 오픈 직후 방문자 수가 약 2.4배 급증했습니다.
특히 기존 송파·서울 중심에서, 경기·인천 등 외곽 지역 거주자 유입이 크게 늘어나며 방문자 커버리지가 확장되는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다만, 일회성 방문 비중도 함께 늘다보니 리뉴얼 전보다 방문 주기가 길어지고 재방문율은 소폭 감소했습니다.

🔍 특화매장 vs 일반매장

특화매장은 인근 일반매장과 비교했을 때 방문 주기나 재방문율 등에서 차이를 보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 비교 대상인 일반매장은 동일 상권에 위치하고, 유사한 규모의 방문자를 보이는 매장들로 설정해 분석했습니다.)

그라운드블루49점은 라떼아트·솜사탕·피자·아이스크림 등 리테일테크 기반의 상시 체험형 콘텐츠를 갖춘 매장입니다.

방문 주기는 약 21일, 재방문율은 11.8%로, 일반매장보다 방문주기는 더 짧고 재방문율은 높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서울 외 지역 거주자의 비중이 약 58%에 달해, 상권 외부에서 유입되는 방문자의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체험 콘텐츠를 목적으로 매장을 '찾아온' 방문자층이 적지 않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홍대 상권 – CU 에이케이&홍대점 vs GS25 연남타운점

에이케이&홍대점은 K-POP 굿즈 및 팝업스토어 중심의 팬덤 특화 매장입니다.

방문 주기는 약 32일, 재방문율은 10.0%였으며, 서울 외 지역 거주자 비중은 약 49%로 확인됐습니다. 서울 외 지역에서 유입되는 방문자 비율이 매우 높고, 매장 콘셉트 특성상 일회성 방문의 비중이 높아 재방문율은 일반매장보다 낮게 나타났습니다.

K‑POP 콘셉트나 야구 팬덤을 겨냥한 특화매장 등 팬덤 타깃 특화매장은 단발성 방문자가 많아, 일반매장에 비해 방문 주기가 길고 재방문율이 낮은 편이었습니다.

반면, 상시 체험형 콘텐츠를 갖춘 특화매장은 오히려 일반매장보다 방문 주기가 짧고, 재방문율도 더 높게 나타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최근 편의점은 단순히 생필품을 사는 공간을 넘어 체험이나 생활 밀착형 서비스가 어우러진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브랜드마다 각기 다른 특화 전략을 펼치며, 팬덤 굿즈를 판매하는 매장, 뷰티·패션을 체험할 수 있는 매장, 택배나 ATM 같은 실생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장까지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취향을 즐기고, 누군가는 실질적인 필요를 해결하며, 각자의 이유로 편의점을 찾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편의점이라는 공간의 본질상 여전히 '잠깐 들르는 곳'이라는 한계는 분명합니다. 특화매장의 지속성과 체류형 소비로의 전환이 얼마나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업계의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앞으로 편의점은 더 다양한 실험을 통해, 소비자의 필요와 취향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공간으로 계속 바뀌어갈 것입니다.